코딩을 못 하는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개발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코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못합니다. 그런데 제 컴퓨터에서는 제가 만든 프로그램 두 개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부터 적습니다.
먼저 밝혀둘 게 있습니다. 저는 개발자가 아닙니다.
프로그래밍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학원 근처도 안 가봤고, 입문서 한 권을 끝까지 읽어본 적도 없습니다. 지금도 제 프로그램의 코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라고 하면 못 읽습니다. 절반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 줄들입니다.
그런데 지금 제 컴퓨터에서는 제가 만든 프로그램 두 개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세 번째를 만드는 중이고요.
이 블로그는 그 과정의 기록입니다. 자랑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 같은 사람이 뭘 할 수 있고 어디서 넘어지는지, 그걸 남기려고 씁니다.
관심과 실행 사이에 1년이 있었습니다
AI로 코딩을 할 수 있다는 걸 안 건 2025년이었습니다. 실제로 손을 댄 건 2026년입니다. 그 사이 1년 동안 뭘 했느냐면, 그냥 재고 있었습니다. “나 같은 사람도 되나?”
이 블로그를 쓰기로 한 이유의 절반이 여기 있습니다. 그때 제가 찾던 글이 없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홍보성 글은 넘쳐났는데, 코딩을 모르는 사람이 실제로 어디서 얼마나 헤맸는지를 적어둔 글은 잘 안 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적기로 했습니다.
매일 보던 화면이 있었습니다
주식 투자를 오래 했습니다. 장이 열려 있는 동안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눈에 보고 싶어서, 그런 화면을 보여주는 유료 서비스를 6개월 썼습니다. 쓸 만했습니다. 그런데 6개월 뒤에 끊었습니다.
목돈이 한 번에 크게 나가는 게 부담스러웠습니다. 매달 조금씩 빠져나가는 구조였다면 덜 신경 쓰였을 텐데, 한 번에 결제하고 나면 그다음 결제일이 오기 전부터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이게 더 컸는데, 기능적으로 아쉬운 게 있었습니다.
없어서 아쉬웠던 것 두 가지
화면에 오늘 거래가 몰린 종목들이 죽 나열됩니다. 그중 하나가 눈에 들어와도, 그게 어떻게 움직인 건지 보려면 HTS를 다시 켜야 했습니다. 아침부터 꾸준히 오른 건지 방금 갑자기 튄 건지, 목록만 봐서는 구분이 안 됩니다.
문제는 제가 이걸 대개 일하는 중에 잠깐씩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HTS 켜고, 종목 검색하고, 차트 띄우는 그 몇 초가 그 순간엔 길게 느껴졌습니다. 종목 이름을 누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 차트가 열렸으면 좋겠다 — 이게 제가 제일 원한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비트코인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비트코인에 꽤 물려 있습니다. 그래서 늘 “언제쯤 분위기가 바뀌려나” 하고 기다리는 상태인데, 그 기다림이 대부분 기분에 좌우됐습니다. 커뮤니티 글 하나에 오늘은 좋아 보였다가, 다음 날 빨간 캔들 하나에 다시 접었다가. 감으로 짐작하는 대신 눈으로 보는 뭔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풍향계 같은 것 말입니다.
둘 다 그 서비스에는 없었습니다. 넣어달라고 요청할 방법도 없었고요. 제가 만들면 그냥 넣으면 되는 것들이었습니다.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근거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냥 AI에게 이것저것 시켜보다가 “어? 이 정도면 되겠는데?” 하는 느낌이 왔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느낌은 딱 절반만 맞았습니다. 만들어지긴 했습니다. 다만 제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여러 번 깨졌고, 깨질 때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이 블로그의 대부분입니다.
이름은 거창합니다
만든 프로그램에 1억벌자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네, 저도 압니다. 이름이 좀 그렇습니다.
이 프로그램으로 1억을 벌 수 있을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냥 주식으로 1억을 벌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지었습니다. 목표를 이름으로 박아두면 볼 때마다 생각이라도 나겠지 싶었습니다.
문제는 이름값을 전혀 못 한다는 겁니다. 이름은 거창한데 하는 일은 소박합니다. 화면 하나를 띄우는 프로그램입니다. 오늘 거래가 몰린 종목을 보여주고, 어느 업종이 강한지 색으로 구분해 주고, 종목을 누르면 차트를 열어주고, 탭을 옮기면 비트코인 지표를 보여줍니다.
돈을 벌어다 주지 않습니다. 매매를 대신 해주지도 않습니다. 무엇을 사라고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제가 보고 싶은 정보를 제가 원하는 배치로 보여주는 화면, 그게 전부입니다.
말로만 하면 감이 안 오실 것 같아 화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옮겨 그렸습니다. 실제 화면 캡처가 아니라 구조만 다시 그린 모형이고, 종목명과 숫자는 전부 임의의 예시입니다.
거래대금 상위 · 당일 4% 도달 종목
- 종목 A반도체+8.4%
종목 이름을 누르면 이 자리에서 바로 차트가 열립니다
- 종목 B조선+6.1%
- 종목 C2차전지+5.2%
- 종목 D바이오+4.3%
탭 하나는 따로 설명해야겠습니다. 맨 오른쪽 비트코인 탭은 차트를 보는 곳이 아닙니다. 앞에서 말한 풍향계가 이 탭입니다.
제가 오래 기다려온 건 “분위기가 언제쯤 바뀌려나” 하나입니다. 그런데 그 기다림을 계속 기분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흩어져 있는 공개 지표들을 한 화면에 모아두고, 감이 아니라 숫자로 보기로 했습니다. 그게 이 탭입니다.
분명히 해둘 게 있습니다. 이 화면이 “지금이다”라고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흩어진 숫자를 한자리에 모아 보여줄 뿐이고, 어떻게 읽을지는 여전히 제 몫입니다. 제 읽는 방식이 맞는지도 저는 모릅니다. 다만 기분으로 판단하던 걸, 숫자를 보고 판단하는 것으로 바꿨을 뿐입니다.
지금까지 만든 것들
- 1억벌자 — 주식 시장 흐름을 보는 화면. 약 4,700줄. 지금도 고치고 있습니다
- 매매 봇 — 텔레그램으로 조작하는 프로그램. 약 15,000줄
- 블로그 글쓰기 도구 — 지금 만들고 있습니다
줄 수를 적은 건 크기를 자랑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 줄들을 제가 다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걸 말하려는 겁니다. 저는 무엇을 원하는지 말했고, 안 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한 일은 대부분 그 두 가지였습니다.
여기에 적을 것, 적지 않을 것
막힌 이야기를 주로 적습니다. 잘된 이야기는 배울 게 별로 없었습니다. 시간을 잡아먹은 건 전부 “왜 안 되지”였습니다. 코드는 꼭 필요할 때만 쓰고, 쓰더라도 무슨 뜻인지 풀어서 적습니다. 제가 못 읽는 걸 독자에게 읽으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AI에게 어떻게 말했는지도 적습니다. 비개발자에게는 이게 실력 그 자체였습니다.
안 적는 것도 있습니다. 어떤 종목을 사라거나 팔라는 이야기는 안 합니다. 제 프로그램이 주식 데이터를 다루다 보니 글에 종목 이름이 자주 나오는데, 전부 “이런 값이 들어왔을 때 프로그램이 이렇게 동작했다”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입니다. 투자 조언을 할 자격이 없고, 할 생각도 없습니다. 수익률도 안 적습니다. 이 블로그의 주제가 아닙니다. 프로그램도 나눠드리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쓰려고 만든 것이라서요.
시작
다음 글부터는 순서대로 적겠습니다. 무엇을 준비했고, 첫 화면이 뜨기까지 뭘 했고, 그다음에 뭐가 깨졌는지.
혹시 지금 저처럼 “나도 될까” 하면서 재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 기록이 판단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제 결론을 미리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됩니다. 다만 생각한 것과는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 프로젝트의 개발 기록입니다. 투자 자문이나 종목 추천이 아니며, 글에 등장하는 종목명은 프로그램의 동작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입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