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쓴 티를 없애는 건 결국 사람 몫이었다
자동 발행을 빼기로 한 이야기 끝에 이 얘기를 미뤄뒀습니다. 문체를 가르치려고 했는데, 가르친 게 제 문체가 아니었던 사고가 있었습니다.
지난 글 끝에 “이 이야기는 따로 적겠습니다”라고 써뒀습니다. 이게 그 이야기입니다.
문체를 가르치려고 했습니다
AI에게 글을 맡기면 매끄럽긴 한데 제 글 같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쓴 글 18편을 그대로 넣어줬습니다. “이렇게 쓰는 사람이야, 이 말투를 따라 해”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온 글을 보고 이상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거 와이프 글 느낌인데?”
섞여 있었습니다
예전 글 백업 파일을 다시 열어봤습니다. 원인이 바로 보였습니다.
그 18편 안에는 아내가 쓴 글도 있었고, 예전에 쓰던 다른 앱이 대신 만들어준 글도 있었습니다. 그 앱은 “꺄아”, “했습니당” 같은 발랄한 말투로 글을 뽑아주는 앱이었습니다. 셋이 한 덩어리로 섞인 채 문체 샘플로 들어간 겁니다.
- 예전 글 18편을 통째로 문체 샘플로 심었다 "이 말투를 따라 하라"는 뜻으로
- 완성된 글이 "와이프 글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매끄러운데 내 말투가 아니었다
- 작성자별로 나눠보니 셋이 섞여 있었다 내 글, 아내 글, 옛 앱이 대신 써준 발랄체 글
- AI는 그 섞인 평균을 문체로 학습했다 누구 글도 아니면서 셋을 다 닮은 이상한 말투가 나왔다
백업 파일에는 작성자 라벨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걸로 걸러내서, 제가 쓴 게 확실한 글만 남겼습니다. 확인 방법은 단순했습니다 — “와이프랑”이라는 말이 들어간 글은 아내가 아니라 제가 쓴 게 맞다는 뜻이니까요. 그렇게 걸러진 게 다섯 편이었습니다. 열여덧에서 다섯으로 줄었지만, 이 다섯은 확실했습니다.
그 다섯 편을 다시 심고 나서야 제 진짜 문체가 뭔지 드러났습니다. 대화를 인용하며 시작하는 것, “~습니다/~네요”로 끝나는 담백한 말투, 그리고 좋은 얘기만 하지 않고 아쉬운 점을 솔직하게 적는 것. 이 세 가지였습니다.
프롬프트로 안 되는 건 코드로 막았습니다
문체 말고 다른 문제도 있었습니다. AI가 글에 없던 걸 지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준비물 목록, 체크리스트, 근처 관광지 추천, 계절 인사말 같은 것들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꾸 붙었습니다.
“지어내지 마라”, “곁가지 붙이지 마라”고 프롬프트에 적었습니다. 안 지켜졌습니다.
그래서 프롬프트가 아니라 코드로 막았습니다. 소제목을 보고 저런 성격의 섹션이면 통째로 잘라내는 함수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AI가 필러를 붙이는 건 못 막아도, 붙인 걸 코드가 다시 도려낼 수는 있었습니다. AI에게 한 번 더 검토를 시켜보기도 했는데, 그건 효과가 없어서 접었습니다. 결국 사람이 만든 규칙이 AI의 판단보다 확실했습니다.
발행이 곧 학습이 되게 했습니다
한 번 문체를 바로잡은 걸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제가 글을 고쳐서 최종적으로 발행하면, 그 발행된 글이 다시 문체 샘플로 쌓이게 만들었습니다.
발행한다는 건 제가 최종 승인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그 글은 제 문체가 맞다고 믿을 수 있는 자료입니다. 쓸수록 학습 재료가 쌓이고, 쌓일수록 제 말투에 가까워지는 구조를 만든 셈입니다.
남은 교훈
- 문체 샘플도 오염될 수 있습니다. 누가 쓴 글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섞입니다.
- “이거 내 말투 아닌데”는 AI가 못 잡습니다. 사람이 읽어야 알아챕니다.
- 프롬프트로 안 지켜지면 코드로 막으세요. 말로 하는 지시보다 강제로 잘라내는 규칙이 확실합니다.
- 발행은 승인이자 학습 재료입니다. 최종 승인한 글을 계속 다음 재료로 쓰는 게 맞습니다.
이 사고를 겪고 나서 알게 된 게 있습니다. AI가 쓴 티를 없애는 일은 결국 AI의 실력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무엇을 재료로 줬는지, 그 재료가 진짜 제 것인지를 확인하는 일이었고, 그건 여전히 제 몫이었습니다.
이 글은 개인 프로젝트의 개발 기록입니다. 투자 자문이나 종목 추천이 아니며, 글에 등장하는 종목명은 프로그램의 동작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입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