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고 싶었던 화면 — 순위표로는 부족했던 것
프롤로그에 "화면 하나 띄우는 프로그램"이라고 적었는데, 그 화면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는지 적어둡니다. 기존 화면에 없어서 직접 만들어야 했던 게 하나 있었습니다.
프롤로그에 “화면 하나 띄우는 프로그램”이라고만 적었습니다. 그 화면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는지 적어둡니다.
먼저 밝혀둡니다. 아래 나오는 기준들은 무엇을 사라는 신호가 아닙니다. 화면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걸러낼지 정하는 기준일 뿐입니다.
순위표는 지금 이 순간만 보여줍니다
거래가 몰린 종목을 순서대로 보여주는 화면은 원래 있습니다. 증권사 프로그램에도 있고, 제가 쓰던 유료 서비스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화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사진이라는 것입니다.
10시에 보면 10시의 순위가 뜨고, 11시에 보면 11시의 순위가 뜹니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안 보입니다.
저는 일하는 중에 잠깐씩 봅니다. 10시에 한 번 보고 11시에 한 번 봅니다. 그 두 장면 사이가 통째로 비어 있으니, 오늘 뭐가 강했는지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원한 게 이거였습니다
- 오늘 한 번이라도 크게 오른 종목을 기억해 둔다 지금 순위에 없어도 목록에 남긴다
- 밀려나도 계속 따라간다 4% 찍고 3%로 내려와도 지운다. 오늘 있었던 일은 있었던 일이다
- 업종을 색으로 칠한다 같은 색이 몇 줄 몰려 있으면 글자를 안 읽어도 보인다
- 종목을 누르면 그 자리에서 차트가 열린다 아침부터 꾸준히 오른 건지 방금 튄 건지 확인하려고
2번이 핵심이었습니다.
한 번 크게 오른 종목을 목록에 남겨두면, 잠깐씩 보는 사람도 하루의 흐름을 이어 붙일 수 있습니다. 순위에서 사라진 종목이 실은 아침에 강했던 종목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기존 화면들은 전부 “지금 순위”만 보여주기 때문에 이걸 못 합니다. 설정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야 했습니다.
4%는 왜 4%인가
기준을 정해야 했습니다. 얼마나 오르면 “오늘 크게 올랐다”고 볼 것인가.
4%로 정했습니다. 근거는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 정도면 눈에 띄겠다 싶었을 뿐입니다.
정답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설정에서 바꿀 수 있게 해뒀습니다. 0.5%부터 20%까지요. 숫자를 낮추면 화면이 종목으로 가득 차고, 높이면 몇 개만 남습니다. 며칠 써보면서 제 눈에 맞는 값을 찾는 식으로 썼습니다.
이건 코드를 몰라도 할 수 있는 판단이었습니다. 오히려 매일 그 화면을 보는 사람만 할 수 있는 판단이었습니다.
만들고 나서 알게 된 것
화면을 띄워놓고 며칠 보니 예상과 다른 게 나왔습니다.
주도 업종을 보여주는 화면을 사흘에 걸쳐 세 번 갈아엎었습니다. 처음엔 정확하게 만들려고 항목을 늘렸고, 그다음엔 오히려 다 지우고 대장주 한 종목만 남겼고, 결국 구조를 다시 짰습니다.
코드가 잘못돼서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뭘 보고 싶은지를 제가 몰라서였습니다. 머릿속에서는 “업종 흐름을 보고 싶다”였는데, 막상 화면에 띄워놓으니 제가 실제로 쳐다보는 건 훨씬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남은 교훈
- 기존 도구가 부족한 지점은 대개 한 군데입니다. 저는 “따라가기”였습니다. 나머지는 다 있었습니다.
- 그 한 군데가 설정으로 안 되면 만들 이유가 됩니다. 반대로 설정으로 되면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 기준값은 정답이 아니라 내 취향입니다. 그래서 바꿀 수 있게 만들어두는 게 낫습니다.
- 원하는 화면은 만들어봐야 알게 됩니다. 저는 세 번 갈아엎고 나서 알았습니다.
이 뒤로 이 카테고리의 글들은 만들고 나서 깨진 것들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가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개인 프로젝트의 개발 기록입니다. 투자 자문이나 종목 추천이 아니며, 글에 등장하는 종목명은 프로그램의 동작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입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